처음 어린이집에서 소풍을 간다며 도시락을 준비하라는 안내문이 왔었을 때가 생각난다. 결혼하고 김밥을 딱히 만들 일이 없어서인지 그 안내문을 보자마자 부담감이 확 밀려왔다. 그리고 맞벌이였던 우리는 아침 일찍 일어나 김밥 재료를 손질하고 남편은 캐릭터에 눈을 붙이며 꾸미는 역할을 맡아서 도시락을 만들었다
지금 생각해 보면 참 어이없고 뭐가 그리 어려웠을까 싶지만 그 당시에는 도시락이 왜 이리 꼴 보기가 싫었는지 모르겠다. 아이 도시락은 정말 작은 도시락이었는데 그것을 채우기 위한 우리의 고군분투를 펼쳐 완성작을 보니... 참 어이가 없었다. 이 작은 도시락에 뭐가 그리 많은 시간을 썼으며 뭐 그리 많은 스트레스를 받았을까... 그리고 아이가 소풍을 가서도 잘 먹어줄까 걱정하는 마음으로 뒷정리도 못한 채 부랴부랴 출근을 했었다...
나는 어렸을 적 엄마가 만들어주신 김밥이 정말 맛있고 친구들에게 자랑할 만하게 예쁜 도시락을 만들어주셨다. 엄마의 손맛도 있었지만 나는 도시락 뚜껑을 여는 순간 느낄 수 있는 당당함? 자신감? 행복함? 을 동시에 느낄 수 있었다. 그래서 소풍 가는 날이면 일찍 일어나 엄마가 만들어주는 김밥을 보고 있노라면 그렇게 즐거울 수가 없었다. 그리고 역시나 나의 도시락 뚜껑이 열리면 친구들이나 선생님께서 "와~ 진짜 맛있겠다"라는 말이 여지없이 나왔고 나의 어깨는 한껏 올라갔다.
초등학교 저학년이었던 것 같다. 엄마는 내 생일에 아침부터 일찍 일어나셔서 김밥을 엄청 많이 만드셨고 그 김밥을 큰 쟁반에 케이크처럼 쌓아 올리셨다. 그러고는 학교에 가져가서 친구들, 선생님과 함께 먹으라며 건네주셨다. 정말 소심쟁이였던 나는 쟁반에 가득 담긴 김밥 케이크라니... 가져가고 싶지 않았지만 거부할 수 없는 상황에 결국 학교에 가져갔고 예상과는 다르게 친구들과 선생님께서 좋아해 주셔서 순식간에 김밥은 사라져 버렸다. 지금 생각해 보면 우리 엄마는 참 대단한 것 같다. 어떻게 반 친구들이 40명이 넘었는데 그렇게 김밥을 만들어 보내실 생각을 하셨을까...
나의 김밥에 대한 추억이 아직도 남아있는 것 보니 우리 아이들에게도 그냥 만들어줄 수는 없었던 것 같다. 어른이 된 나도 김밥을 생각하면 웃음이 피식 나오는 추억들이 있으니 말이다. 그래서 1년에 몇 번 없는 소풍날의 도시락은 신경을 안 쓸 수가 없다. 내가 조금만 일찍 일어나고 조금만 신경 써서 만들면 아이들의 리액션은 최고다!
아직까지는 내가 만들 수 있는 캐릭터나 모양을 하고 있지만 아이들은 점점 요구를 하기 시작했다. "엄마 이번에는 포켓몬 만들어주세요~" 엄마가 금손도 아니고 뚝딱 만드는 것도 아닌데 아이들은 참 쉽게 이야기한다. 엄마가 며칠 전부터 인터넷을 뒤지고 모양을 어떻게 만들어야 되나 고민하는 것은 모르겠지?
소풍을 다녀온 아이들에게 나는 "오늘 소풍은 재밌었어? 김밥은 맛있게 잘 먹었어?" 물어보면 아들은 " 엄마 나 오늘 인기쟁이 었어!" 이 말 한마디 듣고 싶어서 그렇게 도시락에 공을 들였나 보다. 전문적으로 하시는 분에 비교할 수는 없지만 나의 최선이었던 도시락을 보니 참 재밌다. 부족한 것만 보이는 이 김밥들이 아이들에게는 좋은 추억이길 바라며 다음에는 좀 더 업그레이드해 보겠다!
'소소한 일상' 카테고리의 다른 글
아들 6살 유치원 수료를 축하해! 네가 가는 길, 그 길이 바로 꽃길 (0) | 2024.01.01 |
---|---|
비가 오나 눈이 오나 우리는 신나게 놀기! 지금을 기억해주길... (1) | 2023.12.21 |
우리집에 없는 것 한가지! 텔레비전 없이 살아볼까요 (2) | 2023.12.05 |
7살에 시작한 태권도 지금은 무슨띠일까요? 한단계씩 올라가는중~ (0) | 2023.12.03 |
대전 S가든 웨딩홀에 다녀왔어요 누구 결혼식일까요? (0) | 2023.11.29 |
댓글